‘교회의 원천에서 흘러나오는 생명력을 회복합시다!’
교우 여러분!
오늘은 ‘함께 걸어가는 교회’(synodality) 구현을 목표로 출범한 의정부교구 평협이 창립 후 두 번째, 한국평협은 쉰 세 번째로 맞는 평신도 주일입니다.
올 한해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회 역사상 처음 신앙생활의 중심인 공동체 미사를 중단하고, 교회 생활과 일상에서 방역지침을 따르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국민, 정부, 의료관계자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하여 공동체 미사가 재개된 오늘까지 이전의 신앙생활 회복은 더디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이러한 상황에서는 무엇이라도 할 일을 찾아보는 것이 신자의 도리일 것입니다.
서로 만나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비대면 방식으로라도 신앙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평협이 올 5월에 실시한 ‘코로나19 신자의식 조사’에서도 신자 분들은 ‘일상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신앙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스스로 찾고 또 실천해야 합니다. 이에 우리 평협은 ‘함께 걸어가는 교회’로서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에 봉사하며, 일상에서 신앙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교우 여러분과 나누려 합니다.
“기쁘게 성찬례로 돌아갑시다!”
이 말씀은 교황청에서 각국 주교회의 의장주교님들께 보내신 서한의 제목입니다. 교황청에서는 이 서한을 통해 신자들이 불가피하게 온라인 방식으로 미사에 참례하고 있지만, 성찬례 거행이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전례헌장 10항)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신자들은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서둘러 주님께 대한 믿음, 사랑, 희망이 가득한 삶을 증언하며 더 커진 바람으로 성찬례 거행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 생활로 돌아가야 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성찬례는 “우리는 주님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4세기 초 아비티나의 순교자들이 고백한 것처럼 우리의 정체성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우리 모두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성찬례에 참여하는 기회를 늘리고, 참여했을 때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고 활기차게 임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가 먼저 생태적 회심을 통해 생태환경 지킴이로서 공동선을 실현하는데 기여합시다!
세계 석학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주범이 생태계 파괴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이라 단언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도 올해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이 초래한 기후위기의 결과를 혹독하게 경험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올해에 회칙『찬미 받으소서』반포 5주년 특별 기념의 해를 맞은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날 극심한 기상이변,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생태적 재앙으로 가장 먼저 희생당한 이들은 전 세계의 가난한 이들이었습니다.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찬미받으소서, 49항)에 무관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코로나19로 우리는 새삼 ‘모두가 상호 밀접히 연결돼있고 또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연대성(solidarity) 의무를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작은 것이라도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실천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일례로 지나친 소비주의를 경계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며, 난방온도를 1도라도 낮추려는 노력을 들 수 있습니다. 가까운 거리 걸어 다니기, 욕심내지 않고 먹을 만큼 장보기 등도 생명을 살리는 좋은 방법입니다. 교구 환경농촌위원회의 사목 제안들과 교구평협에서 발간한 <신자생활지침서> 에 수록된 ‘2020년 찬미받으소서 5주년 생태주간 개인 실천운동표’에 수록된 내용도 훌륭한 실천방법입니다. 이렇게 생태적 회개를 위한 각자의 노력과 실천이 공동체와 모든 지역 간 연대로 확대될 때 우리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는 공동선을 실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아내였으며, 딸이었을 여성들에게 격려와 지지를 보냅시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것이 요청되는 시기에도 ‘대면’으로 돌봄 일을 계속 해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먼저, 코로나19 최일선에서 감염의 두려움과 위험을 무릅쓰는 보건의료종사자들입니다. 이들 가운데 간호사, 요양사, 간병인 등으로 일하는 여성들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 분들의 헌신적인 돌봄과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는 성공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 분들은 열악한 근무 조건, 편견과 차별로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분들에 대한 감사와 격려는 물론 노고에 합당한 처우와 근무 조건이 갖춰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둘째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공적 돌봄 체계가 중단되고 개학이 지연되면서 가정에서 전업주부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돌봄 노동시간이 하루 평균 2~4시간, 많게는 6시간까지 증가하였습니다. 자녀들의 온라인 수업, 학습 챙기기, 세끼 식사준비 등 집안일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여성들의 고충이 몹시 커졌습니다. 이런 돌봄을 거의 여성이 전담하면서 일자리를 잃는 경우들도 많이 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정책 결정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남성들도 가정에서 여성들의 돌봄 부담을 나누고, 여성들의 부담을 사회제도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삶의 현장 여러 곳에서 어머니로서, 돌봄 종사자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위로, 격려와 열렬한 지지를 보냅시다!
가정을 신앙 전수의 모범으로 만듭시다!
교회 공동체로 함께 모여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코로나 재앙은 위기이자 쇄신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 사태를 통해 가정의 신앙생활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고 기도하며 하느님께 받은 축복을 이어갈 때, 그리하여 부모로부터 신앙의 모범이 전수될 때 가정교회로서의 성화 소명이 실현될 것입니다.
2021년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희년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세상에 한 번 나서 우리를 내신 임자(주님)를 알지 못하면 태어난 보람이 무엇인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인은 가정에서 배운 이러한 신앙과 믿음 덕에 기꺼이 순교하실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순교자들의 후손입니다. 마땅히 이분들의 모범을 따라 가정에서 신앙을 전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