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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향한 여정은

멈출 수 없습니다.

† 찬미 예수님

오늘은 쉰 세 번째 맞이하는 한국교회 평신도 주일입니다.

올해 우리는 코로나19와 두 번의 강력한 태풍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재난은 우리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태풍, 홍수 등의 형태로 우리 삶에 큰 어려움을 주었습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회칙『찬미받으소서』에서 말씀하신 대로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 어떤 것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인간의 이익만을 탐한 결과라 하겠습니다.

년 초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도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었고, 직장과 학교, 가정생활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많은 변화들을 겪는 중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교회에도 예기치 못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미사와 모임의 재개와 중단이 반복되면서 온라인 미사가 궁여지책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사제와 평신도 봉사자들은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직접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교우들과 소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수고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본당에서 묵묵히 헌신적으로 제 몫을 다하고 계시는 평신도 봉사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노고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부디 두려움 없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사목 방안들이 속히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향한 여정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 교구장님을 비롯 교구 사제들은 신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대책을 평신도들과 함께 논의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해 출범한 교구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주요 사명을 “함께 걸어가는 교회(공동합의성)”로 정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당장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향한 우리 교구의 노력이 빛을 발했습니다. 먼저, 우리 교구는 지난 5월 한국교회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보내는 신자들의 신앙의식을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교구 평협과 선교사목국이 공동으로 조사를 진행해 6천여 명 가까운 교구 신자들이 코로나19로 겪는 일상과 신앙생활의 어려움을 표현해 주셨고, 조사 후 그 결과를 본당과 공유한 바 있습니다. 조사에서 나온 제안들을 반영하여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신앙생활 지침서’도 발간하였습니다.

짧은 시기에 대규모 신자의식조사를 진행하고, 보고서와 지침서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평신도(평협)의 제안을 교구(교구장과 사제단)가 기꺼이 보조를 맞춰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향한 우리 교구의 비전을 잊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듯이, 어려울수록 함께 지혜를 모으고 복음의 눈으로 식별하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교구와 본당 모두가 가야 할 길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코로나 상황에 대한 본당 차원의 해법이 우리 교구에서 가장 먼저 나올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더 기억하고, 다가가야 할 이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마태 25, 45).

예수님은 낮은 곳에서 보잘것없는 이들과 늘 함께 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낮은 곳은 생명의 하느님, 구원의 하느님이 계시고 활동하시는 곳이었습니다. 광야 유혹 사화에서 볼 수 있듯이 예수님은 높은 곳을 향하는 일이 반생명적이고 하느님을 거스르는 일임을 꿰뚫어 보셨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길을 적극 거부하셨습니다. 대신 예수님은 당시 로마 제국의 억압 아래 시달리는 가난한 이들과 억압받는 이들의 벗이 되어 주셨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지만 특별히 더 어려운 이들이 있습니다. 방역 최전선에서 방역과 치료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입니다. 이분들은 확진자가 다녀간 곳을 소독하고, 사람들이 지나는 곳을 쉴 새 없이 닦고 청소합니다. 병원과 요양원에서 침대 시트를 갈고, 환자복을 빨고, 쓰레기를 치우고, 식사를 나릅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이들이 K-방역의 숨은 영웅들입니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 배달 오토바이 사고, 택배 노동자 사망 소식이 크게 늘어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위해 희생하고 있습니다.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난민과 이주민, 혼자되신 저소득층 노인들도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입니다.

이에 이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이분들에 보였던 무관심, 이분들의 권리를 지켜주지 못했던 소홀함을 반성하며 이제라도 이분들이 합당한 근무조건에서 안전하게 일하고, 적절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이웃들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나눌 방법을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새로운 일상에서도 함께 걸어가야 할 교회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