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21-016 [첨부1] 2021년 제54회 평신도주일 강론 자료.hwp
<첨부1> 2021년 제54회 평신도주일 강론 자료1 (의정부교구 평협 작성)
“주님께 돌아가자! … 우리가 그분 앞에서 살게 되리라!”(호세 6,1-2)
교우 여러분!
이제 길고 어두웠던 코로나 팬데믹의 터널도 끝이 보이는 듯합니다. 터널 저편의 불빛이 그리 밝을 것 같진 않지만 오랜 기다림 끝이라 이 빛마저 반갑습니다. 모처럼 온 기회가 완전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하느님께 간절히 청하며 쉰네 번째 평신도 주일을 기념합시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자신의 신앙과 교회 공동체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팬데믹을 통해 신앙과 공동체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달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신앙과 거리가 멀어지거나 심지어 신앙을 등졌습니다. 안타깝게도 최근 여러 사회조사 결과들은 이 시기에 교우들이 한 체험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위드 코로나’ 시기를 잘 보내는 것이 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라 보게 됩니다. 마침 지난 달 보편교회 차원에서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주제로 제16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2년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 주제에 담긴 세 가지 주제어 ‘친교’, ‘참여’, ‘사명’은 일상 회복을 앞둔 우리 교회가 선택해야 할 핵심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 전체에 불평등과 기후 위기 극복이라는 두 가지 큰 과제도 남겼습니다. 교회에는 신앙, 공동체, 형제애, 그리고 형제적 돌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이 역시 회복과 새 출발을 준비하는 우리 교회가 선택해야 할 중요한 방향과 과제입니다. 이에 평협에서는 이 큰 방향을 따라 일상의 빠른 회복을 위해 다음 다섯 가지 실천 과제들을 교우님들께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느슨해지거나 무너진 신앙 습관을 다시 들이며 신앙 위기를 극복해야겠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여러분이 가지고 있던 주일 성찬례 참여, 매일 기도, 매일 성경 읽기와 묵상 습관을 다시 들이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강조하신 바를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교황님은 신앙 위기를 극복할 때 가장 중요한 태도가 ‘하느님을 흠숭하는 기도를 바치는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을 경배하는 것의 의미와 개념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 가르침에 유념하며 차근차근 신앙 습관을 회복해나갑시다.
둘째, 친교의 공동체를 재건하는 데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이년 여 동안 많은 봉사자들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방역과 지역사회 봉사에 헌신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분들의 고귀한 희생과 봉사 덕분에 공동체를 이만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공동체를 멀리하거나 떠나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회복 준비를 시작하는 지금 공동체 활동과 팬데믹 이전에 투신했던 평신도 사도직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게 됩니다. 친교의 공동체 재건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함께 하며 힘을 모아 나갑시다.
셋째, 자비의 돌봄을 생활화해야겠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형제자매들이 경제적 곤경에 빠졌습니다. 생존 위기에 몰린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분들의 숫자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자비의 돌봄은 더 미룰 수 없는 긴급한 사목 과제가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친밀함과 자비와 온유한 사랑”이 하느님의 방식이고 ‘주님의 교회가 되는 방식’이라 하셨습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약함과 가난을 몸소 짊어지며, 상처를 싸매주고 부서진 마음을 하느님의 향유로 치유하는 교회”가 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이에 우리도 주님의 교회가 되는 길, 하느님의 일하는 방식인 자비의 돌봄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넷째, 피조물을 보호하여 기후 위기를 극복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이 년 동안 생태계 파괴의 결과로 빚어진 기후 위기의 여러 문제 증상들을 확인했습니다. 코로나-19도 결국 생태계 파괴 때문에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피조물 보호가 생태계를 회복하고 살리는 길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창조된 모든 실재의 상호 연관성을 온전히 인정하고 … 피조물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일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귀를 기울이다 보면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더욱 효과적인 돌봄으로 이어”질 테니 말입니다.(제54차 평화의 날 담화, 6항) 결국 피조물 보호가 우리의 살길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계 전체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피조물 보호에 앞장섭시다.